지난 6월 30일 모스크바에서 막을 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음악가 5명이 한꺼번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남녀 성악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피아노 부문에서 2·3위, 바이올린 부문에서 3위에 오르는 등 5명이나 수상하게 된 것이다. 안양 출신의 베이스 박종민(25)씨는 바로 이 날의 주역이었다. 그는 대회 기간 중 차이콥스키 가곡과 아리아, 베르디 아리아, 하이든 천지창조 아리아, 슈베르트 가곡, 로시니 아리아, 아일랜드 가곡, 브리튼 아리아 등을 불러 당당하게 1등을 차지했다. 현재 독일 함부르크 국립극장 전속가수로 활동 중인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 실제 태어나고 자란 곳은 어디입니까? 언제부터 음악을 좋아했나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안양시 비산동입니다. 성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아주 좋아했고 노래 부르는 것은 저의 특기 중 하나였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 합창부에서 활동하면서 안양시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던 기억과, 고등학교 때에는 학교 밴드부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여러 공연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아셨었는지 어렸을 적부터 항상 음악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 평촌고등학교 2학년때 성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에 비해 조금은 늦게 시작한 것 같은데요.

"처음엔 무척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가 진로를 너무 늦게 정한 건 아닌지' 혹은 '이래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 등 부모님께서도 많이 걱정하셨고, 학교 선생님들도 다른 전공으로 옮기기를 권유하셨습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라는 점이 저를 더욱 자극했고, 오히려 저를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더 일찍 시작했다면 클래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었겠지만 다른 악기와 다르게 성악, 특히 남자 파트는 변성기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변성기가 지난 후에 시작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탈리아 유학에 이어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유학을 가기까지의 과정과 현재 생활이 궁금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 재학 중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벨베데레 콩쿠르에 참가를 했었습니다. 그 때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라 스칼라 극장 관계자에게 발탁이 돼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유학을 오게 됐습니다. 그 후 3년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한 후 오디션을 거쳐 이 곳 독일 함부르크로 오게 됐습니다. 현재 함부르크 국립극장에는 저를 포함한 총 4명의 한국인 전속가수가 있고, 총 6명의 한국인 합창단원이 있습니다. 요즘 대중문화에서도 한류의 바람이 전 세계에 거세게 불 듯, 이 곳 독일에 있는 수 많은 극장 중에 한국인이 일을 안 한다는 극장이 없을 정도로 독일과 유럽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의 한국 성악가들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생활면에서는 크게 어려운 것은 없는데, 외국에 나와 혼자 생활해 보니 부모님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할때요."


■ 차이콥스키 콩쿠르 기간 중 본인이 느낀 대회 분위기나 관객들의 반응 정도는 어땠습니까? 혹시 우승은 예상했는지요.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러시아 참가자들에게 편파적이었던 악습을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실례로 심사위원을 전면 교체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경연을 생중계해 네티즌의 평가를 반영하는 등 투명하고 객관적인 심사체계를 갖추었습니다. 따라서 그 어느해 보다도 공정한 평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에 가기 전 저는 현지 관객들이 무지 차갑고 이방인에게 배타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와 정반대였어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너무나도 뜨거운 환영과 박수를 받아 놀랐습니다. 대회 당일 컨디션은 좋았지만 노래 부르는 홀이 너무나 덥고 건조한데 규정상 심사위원이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해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실수하지 않고 부른다면 결선에 올라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1등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종민씨처럼 되길 원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현재 일하고 있는 함부르크 극장을 비롯해 유럽에서 좀 더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분들과 함께 고국 무대에도 서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일단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실기, 이론 공부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만약 유학을 생각한다면 미리미리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적인 공부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
 


※ 박종민은?

1986년 11월 17일 안양에서 태어나 2005년 평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국내에서는 최현수·배용남을 사사했으며, 2010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La Scala)가극장 오페라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현재 독일 함부르크 국립극장 전속가수로 활동중이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성악부 1위를 비롯해 페루쵸 탈리아비니(Ferruccio Tagliavini) 국제콩쿠르 1위, 스텔라 마리스(Stella Maris) 국제콩쿠르 1위 및 청중상, 빌바오(Bilbao) 국제콩쿠르 1위 및 평론가상,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Operalia) 국제콩쿠르 특별상, 벨베데레(Belvedere) 국제콩쿠르 특별상, 한국음협 콩쿠르 1위, 이대웅 콩쿠르 1위, 국립오페라단 콩쿠르 금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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