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적인 고졸인력 실업해소를 위해 우리은행이 학력의 벽을 뛰어넘어 파격적으로 선발해 지난해 입사한 육은별(왼쪽부터), 박혜송, 이재연 주임이 담소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이들은 수원 매향여자정보고 동창들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리은행 입사동기가 됐다./임열수기자
지난해 청년들의 화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였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청년실신(청년 대부분이 졸업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된다)' 같은 용어가 유행했다. 기성세대들은 '청춘이란 원래 그런거야'라는 변명 비슷한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모든 젊은이들이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좋은 스펙 쌓기에만 혈안이 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고,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경인일보는 세상 탓, 남 탓을 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학력의 벽을 뛰어넘어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지난달 21일 수원에 위치한 우리은행 경기남부영업본부(본부장·조재현)에는 한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세명의 신입 행원들이 모였다. 박혜송(수원역 지점), 육은별(수원 한일타운 지점), 이재연(화성발안 지점) 주임. 이들은 수원매향여자정보고 디지털콘텐츠과 출신의 열아홉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이들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9월 실시한 우리창구(빠른창구) 전담 텔러행원 모집에 응시, 최종합격자 85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당시 우리은행은 국가적인 고졸인력 실업해소를 위해 전국의 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서류심사, 인적성검사, 심층면접 및 세일즈 스킬 등의 심사를 거쳐 파격적인 신입 행원을 선발해 주목을 받았다.
사실 과거 은행원은 실업계 고교생들의 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도 많은 인력이 은행으로 진출하곤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대학 졸업자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실업계 출신 학생들은 설자리를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우리은행에 입사한 이들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신입행원 85명중에서 박혜송 주임은 총 5주에 걸친 연수에서 1등을 거머쥐었다. "아이러니 하지만 저는 처음에 대학에 진학하려고 정보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요즘은 전문계 특별전형이 활성화 돼서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막상 정보고에 들어와 보니 굳이 남들 따라서 대학가야 할 필요가 있겠나 싶더라구요. 먼저 취업한 선배들이 학교에 찾아오셔서 좋은 말씀들을 해주시고, 2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께서 취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셔서 취업을 결정했어요."
동기인 육은별 주임은 학창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재원이다. "저희 부모님 모두 상고출신이세요. 특히 어머니께서는 젊었을 때 은행에 꼭 취업하고 싶어하셨는데, 은행문턱이 워낙 높아 결국 장사를 택하셨죠. 제가 은행에 입사하자 어머니께서는 우리딸이 나의 못다이룬 꿈을 이뤄줬다며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사회에 일찍나와 여러가지 힘든점이 많았는데, 은행에서 여러가지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잘 적응하고 있어요."
이재연 주임은 처음부터 취업을 위해 정보고를 선택했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버스 운전을 하시는데, 언니와 오빠를 먼저 대학에 보내시고 경제적으로 무척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저라도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업을 선택하게 됐죠. 하지만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첫 월급을 타서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 이모, 친척분들에게 저녁 사드리고 신권으로 뽑아서 용돈 드렸더니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는 거예요. 취업을 먼저 하긴 했지만, 이게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유가 되면 대학진학도 할 예정이구요. 나중에 여행도 많이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은행에서는 이번에 들어온 신입행원들을 위해 '우리언니'라는 독특한 멘토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의 모교인 매향여자정보고(구 매향여상) 출신 선배들을 대상으로 1:1 멘토를 지정해, 은행업무는 물론 인생전반에 걸친 조언을 해주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조재현 본부장은 "이번에 취업한 세 행원은 아직 미성년자여서 사회생활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의 인생에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멘토를 뽑아 '우리언니'를 시행하는 만큼 앞으로 이들이 사회인으로 굳건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뿌듯해했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






